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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17, 2020

28년 허공을 떠돈 동남권 신공항 논란, 마침내 종지부 찍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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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수영비행장 → 공군 김해공항 이전
김해공항 수요 늘어나 부산시 1992년 첫 추진
2002년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뒤 가덕도 급부상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사업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김해신공항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대구·경북권과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정치적 결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부산·울산·경남권은 터무니없는 정치적 공세라고 항변한다. 길게는 28년 전으로 거슬러가는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김해공항의 태동과 동남권 신공항 추진 과정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 김해공항의 전신은 수영비행장 김해공항의 전신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수영비행장이다. 수영비행장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만든 후방 병참기지 성격의 군사비행장이었다. 1948년 민간 비행기가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이 이곳을 통해 전쟁물자를 실어날랐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민간 비행장으로 전환했고 1958년 부산비행장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1963년 김포에 이어 국제공항으로 승격돼 부산~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첫번째 국제노선이 생겼다. 1970년대부터 승객과 화물의 수요가 증가해 시설 확장이 요구됐으나 터가 비좁아 1976년 공군비행장으로 사용되던 김해로 이전했다. 이후 수영비행장은 군사목적으로 이용되다가 1996년 비행장 기능이 완전히 중단됐고 새 도시가 조성됐다. 바로 영화의전당·벡스코 등이 입주한 센텀시티다. 김해공항은 활주로가 2개다. 하나는 길이 3200m, 너비 60m이고, 다른 하나는 길이 2743m, 너비 45m인데 공군이 관제권을 갖고 있다. 비약적 경제성장에 따라 김해공항도 여객과 물자 수요가 계속 늘어났고 민간 항공기 전용 공항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공항 주변 마을주민들의 소음피해가 갈수록 커졌다.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것은 1992년이었다. 부산시는 노태우 군사정부 마지막 해였던 1992년 부산도시기본계획에 신공항 필요성을 언급했다. 부산시는 이후 부산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때마다 신공항을 넣었다.
2005년 중국민항기 사망자 유족들이 경남 김해시 상동면 영묘원에 세워진 추모탑에서 3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5년 중국민항기 사망자 유족들이 경남 김해시 상동면 영묘원에 세워진 추모탑에서 3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 돗대산의 비극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을 앞둔 4월15일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중국 민항기(중국국제항공)가 오전 11시45분께 악천후 속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가 공항 북쪽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돗대산(381m)에 충돌해 일가족 등 129명(한국인 110명, 중국인 19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김해시는 돗대산 중국 항공기 추락사고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사고 현장에 위령비와 돌탑, 안내판 등을 세웠다. 유가족 등은 해마다 4월15일 위령비 앞에 모여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한다. 돗대산 사고 뒤부터 부산시민들은 김해공항의 안전에 매우 민감해졌다. 김해공항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부산시는 2003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전할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용역을 10차례나 맡겼다. 2011년부터는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를 유력 후보지로 설정하고 타당성 용역을 맡겼다. 가덕도가 안전·소음·환경적 측면에서 김해공항보다 우월하다는 결과가 다섯차례 나왔다. 박동석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은 “김해공황 확장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맡긴 여섯차례 용역에선 다섯차례나 확장이 힘들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변 산들로 둘러싸인 김해공항은 안전에 치명적 결함이 있고, 소음피해도 해결할 수 없고, 경제성도 없으며 미래 수요가 증가했을 때 추가 확장도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가덕도를 추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국가적 의제로 격상시킨 노무현 대통령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문제를 국가 의제로 격상시킨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3년 1월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 때 신공항 건설 건의에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답변했다. 2005년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이어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간담회에서 신공항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이때부터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녔다. 2007년 3월 국토연구원은 신공항 건설여건 검토용역에 착수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을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으로 이어받았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는 2007년 대선 공약에 동남권 신공항을 넣었고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을 30대 국책 선도프로젝트에 넣었다. 2009년 12월 동남권 신공항의 후보지로 압축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적 타당성 점수가 1을 넘지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추진을 이어갔다. 2010년 7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입지평가위원회가 꾸려졌다. 2011년 3월 입지평가위원회는 가덕도와 밀양 둘 다 경제성 등에서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가덕도를 미는 부산과 밀양을 미는 대구·경북의 유치경쟁이 치열해지자 1년 뒤 치러질 차기 대선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해 이명박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해신공항 계획도. 왼쪽 활주로가 김해신공항이다. 부산시 제공
김해신공항 계획도. 왼쪽 활주로가 김해신공항이다. 부산시 제공
■ 죽었던 신공항 되살린 박근혜 대통령 동남권 신공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에 ‘영남권 신공항’을 넣으면서 회생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4월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2014년 10월 영남권 5개 시도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합의했다. 이에 2015년 국토교통부는 교통연구원·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16년 6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가덕도도 밀양도 아니었다. 국토교통부는 현 김해공항 활주로 서쪽 40도 방향에 브이(V)자로 길이 3200m, 너비 45m의 활주로 1본과 국제선터미널, 관제탑, 도로·철도 등을 건설하는 김해신공항안(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 보고서는 김해공항, 밀양, 가덕도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가 1년 6개월 뒤 치러질 대선을 의식해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당시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의 반발을 의식해 김해공항 확장인데도 억지로 신공항 이름을 갖다 붙였고 가덕도와 밀양이 아닌 어정쩡한 제3의 장소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7월1일 김해신공항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다섯 차례의 용역에서 부적절하다고 나왔던 김해공항이 1위를 차지했다는 발표를 수긍할 수 없다면서도 결국 김해신공항안을 찬성했다.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2030년 세계등록박람회 전에 신공항을 개항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대구·경북을 달래기 위해 7월11일 대구 동구에 있는 군사공항인 케이투(K-2)와 대구공항을 도심 외곽으로 통합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일사천리로 김해신공항을 밀어붙였다. 2026년 개항을 위해 착공의 첫번째 관문인 예비 타당성 조사를 2017년 4월 끝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승부수 순탄할 것 같았던 김해신공항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포함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부합한 수용능력 확보와 인천공항의 재난 발생 때 대체공항 기능이 가능한 관문공항으로서의 동남권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해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었고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남부권에도 24시간 안전한 운항이 가능한 국제공항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해신공항 문제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에 당선되면서 결국 다시 소환됐다. 부산·울산·경남은 국무총리실에 김해신공항안이 안전·소음 등의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게 검토한 것인지를 검증해달라고 건의했다. 국토교통부는 불가를 외치며 2018년 12월 기본계획수립을 강행했지만 국무총리실은 부산·울산·경남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12월 4개 분야 전문가 21명의 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검증위원들은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이 기피하는 인물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선임했다.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김해신공항안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하고 4년 5개월 만에 김해신공항안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부산시는 대구·경북권의 반발에도 가덕도신공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동량 기준 세계 6위 항만인 부산항과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역인 부산역에 더해 유럽·미주를 오가는 장거리 노선을 갖추고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가덕도신공항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물류 삼합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바다와 육지에 이어 하늘을 통해 사람과 물자를 밤낮으로 실어나르는 관문공항을 만들어 몇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2030년 부산에서 개최하려는 세계등록엑스포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을 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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