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카페 마니아다. 워낙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카페 특유의 분위기를 즐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여행 분위기도 낼 겸 종종 카페 투어에 나선다. 카페를 검색하고, 찾아가고, 도착해서 누리는 여유는 여행과 매우 흡사하다. 카페 투어는 미니 여행과도 같은 셈이다.
우연히 SNS를 보다 근사한 배경에서 찍은 커피와 디저트 사진에 마음을 뺏겼다. 바로 어딘지 찾아서 저장해 놓았다. 쉬는 날 남편에게 얘기하자 당장 가보자며 길을 나섰다. 그런데 SNS에서 본 카페는 생각보다 가는 길이 험난했다.
"여기 맞아?"
"네비에서 알려준 길이 맞는데..."
비싸도, 길이 험해도 찾아가게 되는 마성의 베이커리 카페
▲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한 베이커리 카페. 가족 단위 이용객이 편리하도록 공간이 넓직하다. | |
ⓒ 최은경 |
이런 곳에 뭐가 있기나 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던 그때, 멀리서 주차된 차들이 보였다. 주말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차들이 빼곡했다. 카페에 들어서자 먼저 압도적인 규모에 놀랐다. 마치 어느 재벌 별장에 놀러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널찍한 정원을 거쳐 실내에 들어서자 보기에도 아까운 예쁜 빵들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또 한쪽에선 직접 빵을 굽는 듯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거기에 향긋한 커피 향까지 더해지자 카페 마니아인 내 가슴은 두근대기 시작했다.
커피 두 잔과 아이들 음료, 빵 몇 개를 골라 계산대에 놓으니 금세 몇 만 원이 훌쩍 넘었다.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관광지 어딜 가도 이 정도의 비용은 든다고 생각하며 자기위안 삼았다.
아이들은 야외 정원에서 놀고 남편과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이 산속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신기하다며 얘기를 나눴다(우리 역시 남들 눈엔 신기한 사람이겠지만). 그러고 보니 요즘 이런 베이커리 카페들이 대세인 것 같다.
최근 동네에 새로 오픈한 카페들도 죄다 베이커리 카페였다. 카페를 운영 중인 친구가 이제 커피만 팔아선 장사가 안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친구 역시 얼마 전부터 빵을 직접 구워서 함께 판매하고 있다. 친구 말론 사람들에게 커피와 빵은 세트라는 공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식문화 변화로 인한 베이커리 카페 활성화
▲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개점 21주년을 맞아 24일 리저브 바, 티바나 바, 드라이브 스루를 모두 결합한 "더양평DTR점"을 경기 양평군 양평읍에 오픈한다. | |
ⓒ 연합뉴스 |
밥 대용, 간식 대용으로 커피와 빵만큼 완벽한 조합을 찾기 힘들다. 우리가족 역시 아침을 빵으로 대신할 요량으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동네에도 있는 베이커리점을 두고 굳이 교통편도 좋지 않은 카페를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부부의 경우, 아이들 영향이 크다. 카페 문화에 익숙한 우리가 아이를 낳자 더 이상 카페를 즐기기 힘든 순간이 왔다. 한 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두 아이들과 실내 카페는 무리였다. 이때 발견한 드넓은 정원을 가진 베이커리 카페들은 그나마 눈치를 받지 않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장소였다.
커피만 먹긴 아쉽고 아이들도 함게 먹을 수 있는 빵까지 종류대로 있으니 아이 있는 우리 같은 집에선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찾아갈 용의가 있는 것이다. 우리 같은 생각을 가진 부부들이 많은 듯 곳곳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가족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까닭인지 베이커리 카페의 규모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다. 지난 번에 찾았던 베이커리 카페는 공장형 카페로 어느 관광 명소 못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계산할 정도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최근엔 교외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도 베이커리를 직접 구워 판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인증샷을 남겨 분위기가 더욱 핫해졌다. 이후로 SNS와 주변인들의 인증 후기가 연이어 올라오는 거로 봐선 당분간 그 곳도 사람들이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샷 증후군을 앓는 현대인들을 위한 포토존 필수!
적당히 허기를 채운 뒤 주위를 살펴보니 다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젊은 커플들은 입보다 눈과 핸드폰으로 먼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사진만 잔뜩 찍고 빵과 음료를 거의 남긴 채 자리를 뜬 커플도 있었다. 요즘 잘 나가는 카페는 포토존이 필수라더니, 카페 곳곳에 사진이 잘 나오게끔 꾸며놓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도 요즘 추세에 발맞춰 인증샷 한 방 찍고 나왔다.
오감을 다 사로잡은 베이커리 카페는 성공하기 쉬운 구조적 밑바탕을 잘 갖추고 있는 듯하다. 그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하고 규모가 작은 동네 카페의 경우 과연 이들과 맞설 힘이 있는지 다소 걱정이 됐다. 매번 생겼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동네 카페들의 사정을 생각하자 문득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떠올랐다.
커피 애호가로서 부디 양쪽 모두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베이커리 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과 동네 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각기 다른 법이니까. 내일은, 동네 단골 드립 커피집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 내 커피 취향을 잘 아는 사장님은 또 어떤 커피를 추천해주시려나.
August 02, 2020 at 10:4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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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빵은 '셋뚜셋뚜'... 대기업 부회장도 찾는 '이곳'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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