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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6, 2020

목포항 귀항앞둔 무궁화호…피격 공무원 흔적 갖고 올까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모바일

takooras.blogspot.com 26일 오전 8시 대연평항 남쪽 500m 지점. 바다 위에 정박해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증기를 뿜은 뒤 소연평도 서남쪽을 향해 움직였다. 지난 16일 이 배가 출항할 때는 북한군에 피격당한 공무원 이모(47)씨를 포함해 16명의 선원이 타 있었지만, 지금은 15명만 남았다. 이들을 실은 무궁화 10호는 27일 새벽 목포항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씨가 바다로 사라진 지 엿새, 출항한 지 열하루만의 복귀다.
 
26일 오전 8시 7분 연평도를 떠나는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편광현 기자

26일 오전 8시 7분 연평도를 떠나는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편광현 기자

 
이날 무궁화 10호가 떠난 연평도 인근 해역에는 해경 경비함정 12척‧해군 10척‧어업지도선 8척‧헬기 2대가 수색에 나섰다. 북한의 주장대로 이씨의 시신이 불에 태워지지 않고 바다에서 사라졌다면 조류를 타고 다시 연평도 인근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바닷물은 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맴돈다.
 

"행정업무 한다"더니…슬리퍼만 남아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오전 1시 35분쯤 무궁화 10호 조타실에서 동료와 함께 근무하던 중 컴퓨터로 행정업무를 하겠다며 조타실 밖으로 나갔다. 이후 이씨는 교대 시각인 오전 4시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같은 근무조였던 동료는 혼자서 다음 근무자들과 교대했다. 동료들은 이때부터 이씨가 쉬고 있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동료들이 수상한 눈치를 챈 것은 이씨가 조타실을 나간 지 10시간 뒤인 오전 11시 35분. 이씨가 선내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자 동료 선원들은 배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씨는 없었고, 선미 우현에 놓인 굵은 밧줄 아래 이씨의 슬리퍼 한 켤레가 발견됐다. 해경은 이날 낮 12시 51분에 '이씨가 사라졌다'는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닷새간 무궁화 10호 뒤졌지만

해경은 이씨가 실종된 경위를 알기 위해 지난 24∼25일 두 차례에 걸쳐 무궁화 10호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해상 정박한 무궁화 10호에는 15명의 선원이 계속 타고 있었다. 해경 수사관들은 이씨의 공무원증, 개인 수첩, 지갑, 옷가지 등을 확보했다. 또한 선내 공용 PC에 이씨의 로그인 기록을 발견했지만 특별한 문서 작업 내용은 없었다. 이씨의 휴대전화나 유서는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해경은 무궁화 10호에서 이씨의 실종 경위를 명확히 밝혀낼 단서를 찾지 못했다. 특히 이씨의 실종 직전 행적이 담겨있어야 할 폐쇄회로(CC)TV가 고장 나 있었다. 이로써 실종된 오전 1시 35분~11시 35분 사이 이씨가 언제·어떻게 뛰어내렸는지 알 수 없게 됐다. 해경이 발견한 항박일지에는 지난 16일 무궁화 10호가 출항할 당시 CCTV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18일 고장 났다고 적혀있었다. 25일 해경 관계자는 "아직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떠 있던 무궁화 10호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신었던 슬리퍼[사진 인천해양경찰서]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떠 있던 무궁화 10호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신었던 슬리퍼[사진 인천해양경찰서]

 

국방부 '첩보' 공개할까

26일 오전 해경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이씨의 월북 정황이 담긴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가 그동안 "첩보를 종합했다"며 표류 경위와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국방부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경의 요청을 거절했다. 다만 내용을 검토한 뒤 28일까지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이씨가 소속된 해양수산부는 "월북 여부나 경위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26일 북한 측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조사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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