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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1, 2020

추미애-윤석열 동반 퇴진설, 언론이 질문하지 않은 것들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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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만난 가운데 언론에선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동반사퇴 내지 추 장관 퇴진론 보도가 이어졌다. 정 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나 추·윤 동반 퇴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것이 주요 근거다. 현재 추 장관 퇴진은 정치환경상 쉽지 않다. 즉 추 장관 퇴진론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뉴스1코리아(뉴스1)는 1일 오후 “문대통령도, 정총리도 추미애를 불렀다…尹과 동반사퇴 길 트나”란 기사에서 “실제 정 총리 주변에선 ‘윤 총장이 자진사퇴 등을 통해 퇴진한다면 추 장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그렇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정 총리가 총대를 메고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추 장관 퇴진을 기정사실화한 보도도 있다. 한국일보는 2일 “‘동반 퇴진론’ 다음날 靑 달려간 추미애, 교체 임박 징후”라는 기사 첫머리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퇴진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썼다. 이 신문은 “청와대가 추 장관의 퇴진은 상수로 두고, 퇴진 시점을 고민하는 단계라는 관측이 무성하다”며 “추 장관 교체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두 기사를 거론했지만 동반퇴진론을 다룬 보도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당장 물러나기 어려운 처지다. 윤 총장의 경우 법원 결정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했다. 2일자 종합일간지 1면을 장식하며 복귀한 윤 총장이 과연 지금 사퇴할까.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 연합뉴스

추 장관의 경우,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장관으로 온 상황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오는 4일 예정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 짧아도 몇주, 길면 내년 초까지 야권·검찰과 대치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추 장관을 경질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청와대 입장에서, 갈등국면이 절정을 향해가는 이 와중에 추 장관을 내려오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의 분석은 객관적인 정치적 조건을 외면한 채 정 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나 추·윤 동반퇴진을 건의했다는 단서 하나로 낸 추측성 보도로 해석된다. 

1일자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민주당 내 정세균계 의원들은 “동반 사퇴는 자칫 양비론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며 “11월30일 정 총리 발언의 방점은 ‘윤 총장의 자진 사퇴’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동반사퇴론의 의미는 언론의 해석과 달리 윤 총장 비판에 있다는 해석이다. 적어도 이러한 다른 시각과 전망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 

정 총리를 비롯해 여당 의원들도 추 장관 퇴진을 주장했지만 여당 정치인들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추 장관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해 대통령 대신 총리나 여당 정치인이 추 장관 사퇴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 대신 총대를 매고 여권 내에서도 추 장관에 대한 비토정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적 행위’인 셈이다. 

추 장관이 지금 사퇴한다면 검찰과의 싸움이든 검찰개혁의 과정이든 현재 싸움의 바통을 이어받을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까. 법무부 차관까지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추 장관까지 교체하는 정치적 부담을 질 수 있을까. 정작 추 장관이 사퇴해서 이슈가 차기 법무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국면으로 넘어갈 경우 여당에서는 이를 반길까. 동반퇴진론을 비중있게 보도한 언론이 생략한 질문들이다.

▲ 2일자 세계일보 1면 사진기사.
▲ 2일자 세계일보 1면 사진기사.

언론이 말하는 동반사퇴론에는 추 장관의 퇴진에 방점이 찍혀있지만 윤 총장이 퇴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2일자 조선일보는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에선 윤 총장이 자진 사퇴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다는 해석이 많다”며 “국가공무원법은 징계위에 중징계가 요청돼 있는 공무원에 대해 퇴직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동반사퇴의 현실적인 이유 뿐 아니라 법적·물리적인 이유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추윤 갈등에 대해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며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는데 언론에선 이를 윤 총장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법무부-검찰 갈등에 대해 검찰을 비판한 뒤 곧바로 법무부장관 퇴진을 검토한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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