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과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55·사법연수원 24기)는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철회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윤 총장이 24일 직무에서 배제된 직후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아 현재 검찰 내부 서열 1위인 조 차장은 입장문에 직책을 ‘총장 권한대행’ 대신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적었다.
검찰 내부에서 고검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는 조 차장을 포함해 9명이다.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6명은 추 장관에게 판단 재고를 요청하는 공동 성명을 냈고,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개별 입장문을 통해 고검장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추 장관의 처분을 재고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은 고검장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유일하다.
○ 조남관 “총장님, 쫓겨날 중대범죄 저지르지 않아”
조 차장은 이날 오전 9시 37분 검찰 내부망에 A4 용지 3장 분량의 ‘장관님께 올리는 글’이란 입장문을 올렸다. 조 차장은 이 글에서 “법원에서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심판이 있고, 법무부에서 징계심의위가 열린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장관이 그토록 열망하는 검찰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관의 이번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앙망한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이어 “강조하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장님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하여 살아 있는 권력이나 죽어 있는 권력이나 차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여 공을 높이 세우신 것에 대하여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 ‘친정부 검사’의 반기에 검찰 내부 술렁
조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할 때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가정보원에 파견돼 국정원 적폐청산TF팀장을 맡았으며, 2018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추 장관 취임 직후인 올 1월 법무부 최고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이동해 추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조 차장은 입장문에서 추 장관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장관님’으로 두 차례 지칭했다. 또 “제가 장관님을 모시는 7개월 동안 장관님께서 얼마나 검찰개혁을 열망하고 헌신하여 오셨는지, 가곡 목련화의 노래 가사처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검찰개혁 과제를 추진하여 오셨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조 차장은 일선 고검장 6명이 입장 표명을 할 때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평검사와 중간간부, 고위 간부의 절대다수가 추 장관을 비판하는 것을 지켜본 뒤 뒤늦게 검사들 편에 섰다. 조 차장을 잘 아는 한 검찰 간부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평검사의 뜻과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 전국 60곳 검찰청서 평검사 성명 나와
부산서부지청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검찰 내부망에 ‘평검사 회의 결과’를 올렸다. 부산서부지청이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를 비판하는 성명을 마지막으로 내면서 대검을 포함한 전국 지검 및 지청 60곳이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내게 됐다. 부산서부지청 평검사들은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은 정권의 의사에 반하여 사건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조치로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장관이 상식과 법 원칙에 맞는 절차와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간곡히 건의드린다”고 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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