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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ne 15, 2020

[3040칼럼] 컵라면, 빵, 그리고 도시락 - 영남일보

takooras.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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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경남 창녕에서 벌어진 끔찍한 아동 학대 소식. 탈출 후 이 소녀가 옆집으로 건너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컵라면, 그리고 부모가 쫓아올까 두려워 산에 숨어있다가 내려와 한 시민이 베푼 편의점의 빵과 도시락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고 하니 학대만큼이나 굶주림의 고통은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무엇보다 9세 소녀의 테라스에 목숨을 건 이 탈출이 없었다면 우린 지금 이 순간 이런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맞이했을 것이다.

아동 학대는 2018년 기준 2만 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 아동 보호시설은 전국에 72곳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어렵게 시설에 온 아동조차 채 한 달도 머무르지 못하고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니 사회의 한 어른으로서 이들에 대해 관심조차 가지지 못한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의 '가정 방문'이 기억난다. 선생님 방문의 '그날'. 선생님을 마주한 부모님은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것처럼 긴장된 모습으로 선생님의 말씀에 귀기울였다. 그렇게 한참을 '나'를 주제로 진행된 공유의 장(場)은 그 엄중함으로 인해 30년이 넘은 지금에도 잊히지 않는다. 선생님은 그날 단순한 상담 그 이상으로 내가 자라고 있는 우리 집의 분위기, 부모님의 인품과 가정 환경 그 모든 것을 느끼고 가셨을 것이다. 그 하루는 단순 가정방문이 아닌 '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집중된 '가정과 사회의 상호작용'의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해당 아동의 자연스러운 생활 반경 내에서 아동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과 공동체의 연대를 바탕으로 가정과 사회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보다 많은 장치들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학대 위기 가정으로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방문을 하지 않은 담당 공무원 탓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은 지역사회 우리 모두의 방관과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동을 위한 실질적 사회안전망 가동이 부족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동 자신이 항상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보호받는다는 안정감과 자신감 그리고 문제 발생 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지 등을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부모에게 잡힐까 산속에 숨어있다가 배고픔으로 편의점에 뛰어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경찰과 지역사회가 함께 아동을 보호하는 치안 시스템 서비스 중 하나인 '아이안전 지킴이집'이 아동에 대한 인지 강화,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홍보 확대를 통해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실제 대다수 아동 학대 가정의 부모는 본인들이 아동 시절, 적절한 부모의 역할을 배우기 힘든 가정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부모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관심과 공교육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한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이 레토릭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공감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은 단기적인 예산이 집중된 실태조사, 관련 인력 및 시설의 확충으로만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없는 사회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소 하나로 충분하다. 안타깝지만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 아이를 길러내는 온 마을'이 보다 단단해지기를 기대한다.|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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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5, 2020 at 10: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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