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을 초기부터 맡아온 김현미 장관은 3년5개월여 만에 결국 물러나게 됐다. 김 장관은 청와대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내정을 발표한 이날까지 1261일째 총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과의 전쟁`에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교체되는 수순에 올랐다.
반면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는 엄중한 시기에 등판하게 됐다. 단기적으론 극심한 전세난을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집값 억제와 주택 공급이 과제다. 청와대가 주도해온 부동산 정책과 일반 국민이 바라는 부동산 시장 사이에 괴리가 커진 시기에 양쪽을 균형 있게 조정할 역량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변 내정자는 진보 성향의 학자 출신이다. 장점은 부동산 현장의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국토부 산하 LH 사장을 역임하며 도시재생과 각종 재개발 사업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경험 덕분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이전과 달리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조화한 합리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변창흠호`의 국토부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민심 이반을 초래한 임대차법 등에 대해 시장과 동떨어진 시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전문가로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거주기간을 `3+3`년, 즉 6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현실감각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 중 문재인정부가 몇 번째로 잘했는가`란 질문에는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다 달라서 (평가가) 어렵지만 앞의 두 정부는 비교적 쉬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개발 방식은 전향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변 내정자는 LH 사장 시절 `도시재생을 하는 곳엔 재개발을 하면 안된다`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공공도 민간을 적절히 자극하는 방식으로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이라면 아예 시작부터 막아 공급을 위축시켜온 기존 국토부 입장과는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가 장관으로 부임하면 서울 도심과 각종 낙후지역, 도시재생지에 `공공적 성격을 가미한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서울 내 52곳에 달하는 도시재생지(영등포, 서울역 인근, 해방촌 등)도 현재처럼 `벽화만 그리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공기업이 개입해 재개발을 하는 형식의 도시재생`이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낙후된 도심을 개발할 때 이주민들이 임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도록 순차적인 개발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주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온 현 정부에서 한계도 명확하게 지적된다. 여권에 기반이 없는 학자 출신 변 내정자는 그간 SH공사와 LH 사장을 역임하며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청와대가 기존 정책 방향을 고집할 경우 목소리를 못 내는 장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당연히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와대가 부동산 개발이익을 죄악시하는 현재의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변 내정자가 그간 제시해 온 정책들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장관이 누구냐보다 정권이 변화할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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