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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2, 2020

[녹취파일] 구타·폭언에 빵고문까지…그 누구도 최숙현을 돕지 않았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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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활보에도 팀·체육계 외면
문 대통령 “재발 방지책 세우라”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장면 1 “복숭아 먹었어?”(팀닥터)
“물이요.”(최숙현)
“왜 거짓말해!”
복숭아가 뭐길래, 수차례 뺨을 맞았다. #장면 2 “엄마, 저쪽은 변호사를 선임했대.”(숙현)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부모)
“우리도 선임해야 하는데….”(숙현) 고소 사건은 벌금형으로 끝날 것 같았다. 가해자들은 멀쩡히 돌아다녔다. 죽음밖에는 항변할 무기가 없었다. 감독과 팀닥터, 선배의 구타와 폭언, 협박, 이간질에 왕따가 된 최숙현(22). 2일 동료의 얘기를 들으면, 그의 자살(6월26일)은 우리 사회의 타살이었다. 죽기 전에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 메시지,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의 그 사람들은 우리 모두였다. 트라이애슬론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실업 최고팀 경주시청에 입단한 최숙현.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에 달통해야 해 이름도 ‘철인 3종’이지만 철인은 버티지 못했다. 그의 죽음에 펑펑 울었던 과거 경주시청 선수는 “너무 착하고 순했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신다. 주변에 기자라도 한명 알았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국내 최강의 팀. 과거 전국체전에서 7연패를 했고, 국내 유일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 선수들한테는 악명 높은 곳이다. 10여년 전에도 한 선수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선수들의 표정은 늘 어두웠다. 최숙현이 남긴 녹취록에 실마리가 있다.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 먹기, 체중 조절 실패로 3일 동안 굶기, 슬리퍼로 뺨 때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고참이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언니한테는 더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결국 지난해 말 경주시청에서 부산시청으로 트레이드됐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평탄치 않았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산시청 쪽에서도 고소 취하를 요구했고, 경주시청 동료들과 통화하면서 사직서를 냈다고 하는 감독이 여전히 활보한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과거 경주시청에서 같이 뛰었던 동료들과 함께 고소했지만 둘이 취하를 했고, 트라이애슬론 연맹이나 대한체육회의 진상 조사 결과도 불명확했다. 낭떠러지 절벽에 홀로 남은 고립감에 22살 청춘의 선택은 목숨을 버리는 것밖에 없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 관해 “제대로 조치가 안 된 것은 정말 문제”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우라고 지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최 선수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던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폭력 피해를 당한 체육인에 대한 보호 조항 등을 담은 일명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체육계의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제2의 미투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이주빈 성연철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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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2, 2020 at 06:2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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